작품 해설 : 권미라작가

작품 1: 출발/자아의 소망: 동경의 수평선

모든 항해는 설렘이라는 이름의 닻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깨끗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구김 없는 흰 드레스는 아직 세상의 풍파를 겪지 않은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다.

여인은 이제 막 항구를 떠나 노란빛으로 물드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여인에게 수평선은 마치 소망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문과도 같아 보인다.

화면에 위치한 노란빛은 그녀의 자기애, 자신감, 소망과 기대의 상징이다.

그곳엔 두려움보다 큰 동경이, 막연함보다 선명한 희망이 일렁인다.

갈색 나무배는 그녀의 유일한 세계이자,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단단한 의지다.
여인은 자아가 이끄는 소망의 손짓에 충만히 들어간다.

그녀는 이 손길이 사실은 그녀의 자아를 굴복시킬 하나님의 손임을 아직 모른다.

전혀...

작품 2: 시련/고통중독: 시련이 살아있음을 확인해주는 착각

삶은 늘 잔잔한 축복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 시련은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의 형상으로 우리를 시험한다.

평온했던 바다는 이제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심연이 되어 배를 덮친다.
그녀의 단단한 배는 위기를 맞는다.

파도의 크기는 그녀가 마주한 고통의 무게를 대변하지만, 당당히 맞선 그녀의 뒷모습은 결코 굴복하지 않는 자존감을 보여준다.
시련을 맞이하고 극복해가며 여인은 시련을 몹시도 혐오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덧 시련과 고통은 그녀의 삶의 의미가 되어 버린다.
자아는 더욱 단단해지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시련에 중독된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크 파도와 맞서 싸운다는 자아정체감은 자기의로 자라잡는다.

화면 전면의 검은 보랏빛은 시련과 고통의 상징이자 자아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병적 상태의 상징이다.

작품 3: 정체/무풍지대: 멈춰버린 시간의 무게

폭풍보다 무서운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적막이다.

시련이 지겨워 벗어나고파 기도했던 그녀에게 하나님이 이끄신 곳.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

유리처럼 매끄러운 수면 위에 배는 박제된 듯 멈춰 섰다.

나아갈 길도, 돌아갈 길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여인은 깊은 고독과 마주한다.

지쳐 주저앉은 그녀의 뒷모습은 육체적 피로를 넘어선 영혼의 고갈을 암시한다.

지평선조차 흐릿한 회색빛 안개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은 슬픔과 조우한다.

고통과 시련의 바다가 차라리 축복이었다고 폭풍이 휘몰아치던 바다를 그리워한다.

시련을 그리워하다니...

그녀는 이것이 지독한 자아의 뿌리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낀다.

화면의 회색빛은 숨이 막힐 듯 그러나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는 회개의 울음을 내 뱉는 여인의 심장을 상징한다.
 

작품 4: 초월/지혜: 수평선을 넘어선 평온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순풍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여인은 처음 떠날 때의 설렘도, 시련 속의 처절함도, 정체기에서의 절망도 초월한 상태다.

고요하게 흐르는 바다 위에서 명상하듯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는 풍파를 견뎌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한 지혜가 서려 있다.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성스러운 빛은 내면의 깨달음을 상징하며, 그녀의 시선은 이제 물리적인 지평선을 넘어 삶의 본질을 관통한다.

항해는 끝나지 않았으나, 그녀의 마음은 이미 영원한 평화에 닿아 있다.

자아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깊은 섭리를 깨달은 여인은 하늘의 지혜를 마음에 담았다.

이제 바람과 바다가 이끄는 대로 어디든 가는 곳에서 그녀의 지혜는 생명을 살리는 충만함을 풀어낼 것이다.

화면의 황금빛은 여인의 성숙한 지혜와 생명으로의 열정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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